(2025.11.16) 글로벌 뉴스_COP30, 흔들리는 기후정치의 세 얼굴

지금 지구는 COP30 한가운데서 “2.6도”라는 숫자와 씨름 중이고, 그 무대 뒤에서 중국·사우디·미국이 서로 다른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고 있는 COP30(유엔 기후총회) 한복판, 수천 명이 거리를 메웠습니다. 기후단체, 원주민 공동체, 반자본주의 시위대, 팔레스타인 연대까지 뒤섞인 이른바 “대중의 행진(Great People’s March)”. 구호는 단순합니다.

**“화석연료의 장례식”**을 치르자는 것. 시위대는 상징적인 관을 들고 “석유·가스 시대는 끝났다”고 외쳤고, 아마존 석유 채굴과 원주민 땅을 가로지르는 물류·개발 프로젝트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장면이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는, 최근 몇 차례 COP 개최국들이 시위를 사실상 봉쇄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집트·두바이·아제르바이잔 같은 권위주의 혹은 강권적 성향이 강한 국가들에선 대규모 시위 자체가 거의 허용되지 않았죠. 그에 비해 이번 베렘은, 2019년 글래스고(COP26) 이후 처음으로 “길거리의 목소리”가 다시 국제 회의장 앞까지 밀고 들어온 회의가 됐습니다. 

하지만 회의장 안 분위기는 그만큼 속도감이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기후재정(누가 돈을 얼마나 낼 것인가), 화석연료 감축 문구, 투명성 규칙 같은 핵심 의제는 계속 교착 상태. 브라질은 이번 회의를 “해결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초반 협상 평가에선 “이미 너무 로비이스트가 많고, 긴박함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어느 쪽이든, COP30은 ‘거리의 분노’와 ‘회의장 안의 관성’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무대가 됐습니다.

COP30

COP30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너무 딱 떨어지는 숫자 하나입니다. 2.6°C.

기후 연구 프로젝트 ‘Climate Action Tracker’가 11월 13일 발표한 글로벌 업데이트에 따르면, 현재 각국의 정책·2030/2035년 감축 목표를 모두 감안했을 때, 이 세기는 여전히 약 2.6도 상승 경로 위에 서 있습니다. 기후정책이 본격 가동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난 4년 동안 온난화 전망 곡선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죠. 

흥미로운 건, 이 숫자가 “나빠지기만 한 건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파리협정이 채택된 2015년 즈음만 해도, 미래 예상치는 3.6~4도까지 치솟아 있었습니다. 그 이후 각국이 재생에너지 보급, 석탄발전 감축, 전기차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예상 곡선이 4도→2.8도→2.6도로 서서히 내려온 건 분명한 성과입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1.5도 목표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것. “성공도 했고, 실패도 했다”는 모순된 진단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보고서가 상상하는 2.6도 세계는 꽤 구체적입니다. 유럽의 농업지대 상당 부분이 반복된 가뭄과 폭염으로 크게 타격을 입고, 일부 열대·아열대 도시는 여름 낮 시간대 ‘야외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기온’을 자주 겪게 됩니다. 산불·홍수·초강력 폭풍 같은 극한현상도 지금보다 훨씬 빈번해지고요. 그래서 COP30 내부에서 “2.6도가 ‘최악의 디폴트’가 되지 않게 하려면, 2030년 목표를 다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

기후정치 무대 뒤편의 판도도 미묘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첫 번째 변화 축은 중국의 전면 등판입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이번 브라질 COP30에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선 사이, 중국은 개도국 지원, 재생에너지 협력, 기후재정 발언에서 훨씬 적극적인 톤을 내고 있습니다. 회의장 안에서 “중국이 사실상 공동 의장처럼 움직인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 축은 미국의 존재감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미국 정부가 얼마나 세게 나왔는가”만 보지만, 이번에는 언론도 주목받고 있어요. 영국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빅4’ 지상파 방송사(CBS·NBC·ABC·Fox)가 COP30 현장에 거의 취재진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천 명의 기자가 베렘에 모였는데, 정작 미국의 주요 방송 화면에는 이 회의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는 의미죠. 이것이 앞으로 미국 내 기후여론과 정치 논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 현지에서도 계속 관찰 중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축은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가디언은 사우디를 “기후행동의 가장 큰 브레이크”라고 표현했습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아람코를 가진 이 나라는, 자국 경제·정치 구조 전체가 석유 수익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국제협상에서 줄곧 강력한 ‘감속 페달’을 밟아 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IPCC 보고서 문구를 약화시키거나, 투표제 도입을 막는 등 회의 절차 자체를 활용해 진전을 늦추는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도 기사에 담겼습니다. 동시에 사우디 내부에선 재생에너지 투자와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 같은 탈탄소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하게 등장합니다.


정리하면, 오늘(11월 16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거리에서 터져 나온 COP30 시위의 열기, 숫자로 박힌 “2.6도”라는 냉정한 보고서, 그리고 그 사이에서 셈법을 달리하는 중국·미국·사우디의 기후정치.

기후 이야기는 더 이상 “환경 섹션”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지금 브라질 베렘에서 논의되는 문장 하나, 삭제되는 단어 하나가 앞으로 수십 년간의 투자·무역·안보·도시 계획까지 같이 흔들 수 있는 국면에 와 있습니다. 오늘의 뉴스는, 그런 거대한 전환기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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